이웃사촌이 아이와 함께 놀러와서 집으로 들어서며 내게 물었다. "언니, 햄스터 키우시나 봐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나가 보니, 양지바른 현관문 옆 포치에 쥐 세 마리가 나란히 누워 있었다. 회색 빛깔에 코끝부터 꼬리까지 멀쩡한... 하필 남편은 애 데리고 외출하고 없는데... 세 마리면 일가족인가, 아니다 크기로 보아하니 엄마를 기다리던 새끼들같다 하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집 앞에 떡하니 누워있는 그 모습이 생각나 도저히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남편 오면 부탁하라는 친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비닐봉지 네 겹과 나무 젓가락, 일회용 장갑으로 무장하고 나가서 쥐를 겹겹이 쌌다. 차마 쓰레기 나가는 날까지 쓰레기통에 둘 수가 없어 쓰레기통 앞 마당에 고이 비닐봉지를 두고..
"자연이 진공을 허용하지 않는 것처럼 권력도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다."라는 멋진 말을 알쓸신잡에서 유시민 작가님이 하셨다. 첫째와 둘째를 등교시키고 막내만 데리고 코스코에 갔다. 휴지 섹션을 뒤지고 있는데, 20대 여자애가 페이스 타임을 켜고 엄마와 대화를 하고 있다. "작은 사이즈로 쪼개지는 페이퍼 타올? 이 브랜드 말고 다른 걸로? 아 여깄다. 그담엔 돼지고기? 잠시만 고기 섹션으로 갈게." 보아하니 엄마가 어디라도 아프신지 엄마 대신 코스코에 와서 장을 보나 보다. 페이스 타임으로 이것저것 물건을 비춰 보이며 맞는지 확인하고 카트에 담으며 엄마와 따로 또 같이 장을 보고 있다. 한창 놀기 좋아할 거 같은 발랄한 아이가 엄마 대신 장을 봐 주다니 기특하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살아계실 적에 다..
건축학 개론에서처럼 멋진 풍경을 보며 같이 기억의 습작을 듣고 싶었다. 혼자 벤치에 앉은 내게 남편이 다가온다. 말없이 이어폰 한쪽을 남편 귀에 꽂아 주었다. 좀 로맨틱한 제스처에 남편 눈이 지긋이 감긴다. 그리고 귀에서 들려오는 jtbc 팟캐스트 뉴스룸 살충제 달걀 이야기와 발전소에서 나왔다는 망치 이야기 낭만은 물 건너간 것 같은 분위기에 눈 뜨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바운스 하우스에서 땀내나도록 뛰고 있는 우리 애들과 애 친구들과 젖 달라고 칭얼거리는 신생아 하나 ㅌㅋㅋ 우리에게 낭만은 언제쯤 다시 찾아오려나...
산부인과에 다녀왔다. 마지막 첵업이라 다시는 의사 선생님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께 직접 뜬 수세미를 선물로 드렸더니 무척 좋아하시면서 안아주셨다. 이 분은 내 출산을 두 번 도와주신 분이다. 순산하도록 도와주셨으니 물론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그런데 내가 이 의사 선생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두달 전 분만실에서 나는 내 다리를 양 손으로 잡고 힘을 주고 있었다. 내 팔에는 아이비와 분만 촉진제를 꽂은 주사 바늘이 주렁 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 외에도 교무님이 주신 염주가 있었고, Remember 0416이라 써있는 노란 팔찌도 달려 있었다. 힘은 주고 있는데, 아기는 아직 안 나오고 있는 어정쩡한 순간에 아기를 받는다고 기다리고 계시던 선생님이 물으셨다..
미쿡은 오늘이 8월 15일이네요. 광복절 기념으로 애들과 같이 태극기를 집앞에 달았어요. 저희 부부는 유학생일 때 미쿡에서 혼인신고를 먼저 했어요. 나중에 한국가서 동사무소에 가 한국 혼인 신고하면서 미국 날짜에 맞추어 소급 신고하니 신고기간이 지났다며 벌금 5만원을 내라고 하셨어요. ㅠㅠ 자진신고해서 특별히 만원 깎아주신다며 4만원을 냈지요. 그리곤 결혼 축하한다며 태극기를 선물로 주셨어요. 그래도 쏠쏠하게 써먹고 있은 태극기입니다. 요즘 버지니아 사태 때문에 여기저기 뒤숭숭하지만, 그래도 힘들게 싸워주신 선조들 덕에 우리가 지금까지도 무탈하게 잘 살고 있네요. 잘 보시면 2층 방에서 남편도 막내를 안고 같이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ㅎㅎ
여섯 살짜리 첫째는 펄러 비즈를 참 좋아한다. 눈꼽만한 비즈 천개짜리가 15불 정도인데 한 번 사주면 디자인 하나 만드는 동안 동생과 싸우지 않고 온 집안에 평화가 찾아오니 가성비가 아주 좋다. 눈꼽만한 비즈를 하나하나 손으로 집어 원하는 모양으로 바늘 모양 판에 올려놓고 디자인을 완성하면 그 다음은 엄마의 몫이다. 유산지를 위에 올리고 뜨겁게 다림질해주면 플라스틱 비즈가 녹아서 서로 달라붙어 모양이 완성된다. 나는 중고등학교때 셀프 교복 다림질하느라 다리미에는 이골이 나서 남편 셔츠는 절대로 다려주지 않는다. 올해 결혼 기념일에는 구겨진 셔츠를 입고 다니는 남편을 쳐다보자니 괴롭고 내가 다시 다리미를 들자니 더 괴로워서 내 스스로에 대한 선물로 남편에게 노 아이언 셔츠를 사 주었다. 그런데 자식이 뭐라..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4년 내내, 나는 풀 타임 과외 선생님이었다. 이런 저런 학생을 만났고, 이런 저런 공부를 같이 시켜 보았다. 그 중의 어떤 학생과는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서, '디자이너'가 꿈이라는 학생은 의상 디자인학과에 다니는 친구네 학교 패션쇼에 초대해서 같이 가기도 했고, 엄마 몰래 19세 이상 관람가를 같이 보러 가기도 하고, 우리 학교 투어를 시켜주고 같이 피자도 먹으러 가곤 했다. 등록금을 벌고 친구들에게 밥도 살 정도로 꽤 수입을 올렸지만 그래도 빡센 사교육의 현실에서 허우적대는 수험생들과 부모님들을 보면 답답하고 슬픈 마음이 들었다. 내가 고3때는 과외는 안 받았지만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15시간을 학교에서 지내던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같은 수험생활 ..
막내 2개월 첵업을 갔다. 예약은 막내가 태어나고 첨 소아과 찾던 날에 미리 했다. 동네에서 유서깊은(?) 소아과라고 미국 엄마들이 칭찬하기에 막내 태어난 김에 소아과를 옮겼는데, 새 건물로 이사를 해서인지 유서깊은 병원치고는 간호사도 시스템도 모두 신상(?)의 삘이 난다. 막내는 생후 2개월만에 첫 예방접종을 한다. 막 태어났을 때 맞은 B형 간염빼고는 처음이다. 입으로 넣어주는 로타 바이러스 약과 나머지 주사 세 방이다.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해서 몇달 전에 예약을 잡아놓지 않으면 만나기 힘든 친절한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전에 간호사가 막내의 몸무게와 키, 머리 둘레를 재면서 2개월짜리에 해당되는 문진을 30개쯤 하고는, 엄마더러 뭐 특별히 걱정되거나 궁금한 거 없냐고 묻고 갔다. 학교 다녔을 때도 ..
첫째가 작년에 유치원에 입학했다.첫째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아이다.유학생 출신 부모 밑에서 태어난, 일명 2세 어린이다. (어려서 부모따라 이민온 1.5세와 구분하여 그렇게 불린다.) 집에서 쓰는 언어가 영어가 아닌 어린이는 정규 교육 과정인 유치원 입학시 ELL(English Language Learner) test를 받는다.자녀가 특수반인 ELL에 속하게 되면 창피해 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나처럼 은근 ELL에 속하기를 바라는 부모도 있다.ELL에 속하면 정규 영어 수업을 공짜로 듣게 될 뿐만 아니라 ELL class의 특성상 같은 그룹이 같은 반으로 몇년을 올라가다 보니 절친을 만들 기회도 많기 때문이다.(ELL class에 들어갈지는 대개 매년 시험을 통해서 결정된다고 한다.) 유치원 들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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