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날씨가 너무 춥다. 둘째네 프리스쿨에는 700명의 학생이 있다. 처음 오리엔테이션에 갔을 때, 이 많은 인원이 15분 안에 차에서 내려 교실까지 등교를 마친다는 선생님들의 호언 장담을 믿지 않았다. 그런데 이 일이 정말 15분 만에 된다. 수십 명의 선생님들이 차례로 나와 아이 손을 잡고 교실까지 데려다 주시고, 같이 뒤엉키는 수백대의 차들을 교통 지도하는 선생님들까지 별도로 있다. 어쨌거나 눈비 오는데 질척거리는 주차장에서 내려 아이에게 잠바를 입히고 모자를 씌우고 유모차를 꺼내 동생을 넣고 손을 잡고 교실까지 데려다 주지 않아도 되는 게 큰 장점이라, 이 학교에 이언이를 등록한지 두 학기째다. 더울 때보다 요새같이 눈 많이 오고 바람 불어 추운 날 선생님들이 아이를 차에서 내려 등교시켜 주시는 ..
남편은 어릴때 객지에 돈벌러 가신 부모님 덕에 시골 할머니와 살았다. 남편에게는 두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었다. 날이 긴 여름날 해가 뜨자마자, 할머니는 밭을 매러 가셨다. 그러면 눈을 뜬 8살짜리 아이는 혼자 가방을 싸서 몇리를 걸어 학교에 갔다. 집에 남아 심심한 6살짜리 동생은 형아~~~ 부르며 팬티 바람으로 형아네 학교까지 쫓아갔다. 형아네 교실 뒷쪽 빈 걸상에 팬티만 입고 앉아있으면, 인심 좋은 시골 선생님은 아이를 내쫓지 않고 형아의 잠바를 걸쳐 주고 급식으로 나온 흰우유도 나누어 주셨다. 형아와 동생은 다 자라 어른이 되어 각자 가정을 꾸렸다. 형아는 내 남편이 되었는데,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엄마의 마음으로 팬티만 입고 신작로를 쫓아왔을 동생이 생각나 마음이 아려왔다. 나도..
첫째는 남편이 아틀란타에서 유학하던 시절 태어났어요. 그래서 첫째를 볼 때면 자장가처럼 ‘오 수재너’를 개사해서 불러주곤 했지요. ‘멀고 먼 아틀란타 너의 고향은 그곳 벤조를 메고 나는 너를 찾아왔노라’ 막 일곱살이 된 첫째는 한글학교에서 저고리를 본떠서 꼬매느라 바쁘고 집에선 엄마아빠와 함께 jtbc 뉴스만 들어서, 미국 국적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나라 지리에 어두워요. ㅋㅋ 오늘은 세살인 둘째와 나름 심도있는(?) 대화를 하네요. “너랑 xx는 시카고에서 태어났고, 누나는 미국에서 태어났어. 누나 고향은 어딘가 하면... 누나는 ‘벤조’에서 태어났어. 그치요 엄마? 벤조가 state name이지요?” 아... ㅠㅠ 너무 엄마 아빠 고향에 관해서만 가르치지 말고, 본인의 고향에 관해서도 좀 가르쳐줘야겠다..
Mystery Reader로 첫째네 학교에 다녀왔다. 아이네 반 부모님 중 하나가 짠 하고 깜짝 등장해 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날. 무슨 책을 할까 하다가 아이들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시켜 주고 싶어서 비빔밥이란 영어 책을 골랐다. 그런데 책을 사고 보니 난데없이 인도 엄마가 나타나 난과 커리를 소개하듯 내가 비빔밥을 소개하면 아이들이 당황할 거 같았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있는 동네 엄마들의 모임에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여러 엄마들이 The Book with No Pictures란 책을 추천해 주었다. 그림없는 책이 뭔가 하고 찾아보니, 그런 제목으로 쓰여진 책이 있다. 책엔 당연히 삽화가 없었는데도 아이들 반응이 좋았다고 하기에 유튜브로 찾아보니, 아이들이 소리지르고 손뼉을 치고 정말 좋아하는..
낙엽의 계절이다. 아이들이 집앞에서 갈퀴질을 하고 있다. 낯선 여자분이 옆집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가 날 보더니 인사를 하신다. 옆집 부부는 컵스 게임에 가고, 친구가 대신 와서 아이들을 봐 주고 있다고 한다. 그러자 옆집 꼬마가 거든다. "아줌마가 우리를 봐주고 있어요. 아줌마는 아직 애가 없거든요. 아줌마 임신했어요?" "아니, 아직..." 여자분은 나를 돌아보며 부연 설명을 하신다. "전 올여름에 결혼을 해서 아직 애기가 없는데, 얘가 저를 볼 때마다 임신했냐고 물어보네요." 그러자 나도 작년 기억이 떠올랐다. 임신 4주차라 당분간 몸조심도 할겸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로 하기로 했는데, 첫째가 다음날 학교에 가서 전교생과 선생님들, 런치 레이디들에게 다 말해 버렸다. 런치 레이디는 등교길에 스탑 사인..
막내 4개월 첵업에 갔다. 지난 번처럼 간호사 두명이 들어와 하나 둘 셋 하더니 무지막지하게 주사 두 대를 한번에 놓는다. 예방 접종 후에 열이라도 날까 걱정이 되어 의사에게 해열제 용량을 물어보았다. "18파운드니까 타이레놀 3.75밀리를 주면 되요. 열난 적이 있나요?" "네. 감기 한 번 걸렸어요. 누나와 형이 학교에 다니니까 별걸 다 옮아오네요. 누나에 학교엔 이도 있었답니다. ㅠㅠ 이해가 안 가네요. 개발도상국도 아니고 왠 이가... ㅠㅠ" "일단 이는 부의 정도와는 상관이 없어요. 그리고 이 나라는 누구에게라도 평등한 기회를 주잖아요. 이, 빈대, 바퀴벌레... (This is a country of equal opportunities for everyone: head lice, bed bug..
우리집은 칭찬 스티커 제도를 사용한다.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스티커 하나, 엄마 빨래 갤 때 각자의 방으로 딜리버리해주면 스티커 하나 이런 식으로 칭찬 스티커를 적립한다. 50개짜리 스티커가 가득 차면 5불을 준다. 어디 가면 뭐 사달라는 떼쓰기도 달랠 겸, 어려서부터 돈 관리하는 버릇도 들일 겸해서 이 제도를 도입해서 현재까지 루미는 약 20불을 모았다. 이렇게 해서 원하는 장난감 사라고 줬더니 돈을 너무 애지중지하는 바람에 장난감을 사지 않는 효과가 생겼다. 이런 칭찬 스티커 제도는 다른 문화에는 없는지, 루미의 이야기를 들은 다른 백인 친구도 엄마에게 칭찬 스티커 차트를 만들어 달라고 떼를 썼다고 한다. 어느 날 루미의 옆집 친구가 놀러왔다. 둘이 한참 놀다가, 벽에 붙은 칭찬 스티커 나무를 발..
세살인 둘째는 자기 이름 하나만 영어로 할 줄 아는 상태로 학교에 입학했다. 학교에서 실수라도 할까 노심초사한 부모는 "화장실 갈래요."하는 한 마디만 영어로 가르쳤다. 둘째와 등하교를 같이 하는 카풀 친구 해리는 한살 많은 형이라 그런지 화장실도 스스로 가고 영어도 잘 한다. 해리를 내 차에 태울 때마다 둘째는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영어를 할 줄 몰라 우물쭈물하며 바라만 본다. "해리야 안녕 해야지 xx야. (Say Hi! to Harry, XXX.)" 보다 못한 내가 가르쳤더니 그대로 따라 한다. "해리야 안녕 해야지!" (Say Hi! to Harry, XXX.) 그래서 학교를 다닌지 한달동안 Hi! 한 마디만 하다가, 어제는 장족의 발전이 있었다. 매일 보는 옆집 형을 보고 반가움에 인사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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